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아나바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할 정도로, 절약정신이 투철했던 우리 부모님 세대. 아껴 쓰고 덜 쓰는 만큼 내가 가진 돈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경제력을 모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었기에 그만큼 더 악착같이 절약정신을 강조했던 게 아닐까 싶다. "아끼면 잘 산다."라는 공식이 너무나 당연시되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렇게 악착같이 아끼며 사느라 누리지 못한 것들을 이제 좀 누리며 편하게 살아보려 하는 때에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서 또는 함께 할 누군가가 없어서 또 다른 어떤 이유로.. 참고 참고 참으면서 절약해서 모아 온 그것들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렇게 아끼고 모아도 누릴 수 없다고 느낀 사람들이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해야 한다.', '지나간 과거보다 다가올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다'라는 것에 중점이 맞아떨어지면서 '지금 당장, 한 번뿐인 삶에 대해 행복해야 한다.'를 생각하다 보니 생겨난 것이 "YOLO(욜로)"였다.
아끼면 잘 산다는 말이 틀렸다는 이야기도, YOLO가 맞다는 말도 아니다. 반대의 의미도 당연히 아니다. 사람마다 제각각의 사정을 갖고 살고 있고,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상황도 다 다른데 모든 사람을 다 같은 기준에 끼워 맞춰 모두 이게 맞다 틀리다 라고 정의 내리긴 어려운 문제다. 아주 극단적인 예시지만, 어떤 과정을 거쳤던 어떤 이유를 가졌던 어떤 사람이 결과적으로 이런이런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이런 기준은 명확하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기준은 그런 명확한 법적인 기준이 아닌 사람이 살아가며 겪었을 때 예외가 있을 수 있을 수 있으니 적어도 모두를 같은 기준에 맞출 수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때로는 나를 위해 아끼기도 하고, 나를 위해 아낌없이 쓰기도 한다. 그런데, 그 과정을 통해 생각지 못하게 필연적으로 일방적으로 상처받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환경이다.
사는게 바빠서, 먹고살기 바빠서, 내 행복이 우선이라, 내가 먼저여서, 내가 편해야 해서 이러다 저러다 보니 흥청망청 필요한 대로 가져가고, 쓰고, 버리고를 무한 반복 하면서 그렇게 회복할 틈 주지 않고 괴롭힌 결과.. 지구가 아프다. 많이 아프다.
그래서 지구의 온도는 올라가고, 꽁꽁 얼어 있어야 할 빙하들은 녹고, 바닷물은 많아져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순환해서 돌고 돌아야 할 해류들이 엉망이 되어 그 해류 따라 어류들도 이동하고, 따뜻해진 기온 따라 기후도 변화해서 각종 기후변화를 전 세계의 나라들은 마치 4D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맞이하고 있다.
환경을 아끼자. 환경을 보호하자. 라는 내용은 우리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우는 내용이다. 하지만 어떻게? 정말 실생활에서 어떻게 환경을 아껴줄지 보호할지는 제대로 배우지 않는다. 아, 물론 배우긴 하지만 그 배움은 책으로 배운 것들로 실생활에 녹아있지 않아서 결국은 잊힌다. 시험기간이 지나면 말이다.
어릴 때 내가 배운 환경보호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양치를 할 땐 양치컵을 사용하고, 매번은 아니더라도 식목일에는 나무를 심고, 종이를 아껴쓰고, 쓰지 않는 전자제품은 꺼서 전기를 아끼고, 나무나 꽃을 꺽지 않고 아껴주자 등등.. 환경 보호 포스터, 표어 대회도 열어 학생들의 경각심도 되새기는데 힘썼다.
하지만, 자.. 생각해보자. 몇 가지가 꾸준히 얼마나 지켜졌는가??
우리가 학교에서 환경에 대해 배우던 어린 시절부터 조금 더 일상생활에서 당연하게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배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음식을 포장할 때는 일회용기가 아닌 매장에서 다회용기를 이용하고, 다음에 그 다회용기를 깨끗하게 씻어 가지고 오면 그 비용을 빼준다거나.. 세제를 살 때에도 당연하게 조금씩 덜어서 살 수 있는 리필기기가 곳곳에 있어서 다 쓴 용기를 갖고 가서 필요한 만큼 덜어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했다면 말이다. 물론 사회적인 사람들의 인식을 그런 게 당연하다는 식이 되기까지 쉽지 않았을 수 있지만, 그때부터 차근히 해 왔다면.. 지금쯤이면 자리 잡고도 남았을 시간이지 않았을까..
(폐기름으로 비누만들기를 해서 우유곽에 비누를 만들어 갖고 가야 했던 초등학교 방학 숙제가 기억이 난다. 문제는 그 비누에 들어가는 화학약품이 독해서 어린이들끼리는 할 수 없어서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폐기름도 그렇게까지 구할 수 없어서 막상 숙제를 위해 깨끗한 기름을 사용해야 했던 웃기고도 슬픈 기억이다.)
근래에 많이 보이는 일회용품 사용 자제하기를 권하는 "용기 내 프로젝트", "일회용품 보증제도" 그리고 버려지는 재활용품들을 재사용한 제품들, 제로웨이스트 리필 샵 등...
물론 그만큼 우리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생활로 변화함에 따라 더욱더 불거진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탓도 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더 미를 수 없는 시기라서 더 많이 언급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빠른 시간 많은 발전을 이루면서 편하게 살게 되는 동안 잠시 뒤로 밀려나 있던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는 가장 앞에 두고 이야기 나눠야 할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삶의 터전을 잃고는 우리가 이룬 것들을 아낄 수도 누릴 수도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나 하나로 뭐가 더 나아지겠어 라는 생각보다, 소중한 내가 살 곳이니까 주인의식을 갖고 조금 더 아껴주자. 내가 마실 공기, 내가 발 딛고 살아갈 공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는 마음으로.
당신이 내일 아침 눈 뜨고 볼 파란 하늘, 눈이 부시게 부서지는 햇살, 하얀 뭉게구름, 예쁘게 노래하는 새들의 노랫소리, 계절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나무의 잎사귀들은 당연하지 않다. 그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이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이 또한 기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 포털 사이트 다음 뉴스에서 접속한 문화일보 임대환 기자님의 <“지구종말 다가오나”… 지구온도 1.5도 상승까지 남은 시간 5년 321일> 기사 내용 발췌한 사진이 사용되었습니다. 기사 전문은 아래 링크를 확인.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90501039910006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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