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간다.
우리나라 커피 소비량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미디어에서 이야기했었던 통계에 기반한 팩트일 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둘러만 봐도 커피는 이제 생활이 되어간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마시면 필수적으로 흡수하게 되는 카페인 성분으로 인해 또는 여러 이유로 인해 즐기지 않는 분들도 많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물 대신 에스프레소 샷에 물을 첨가해서 물처럼 마시듯 먹는 먹는 카페인 중독자 같은 생활을 했다. 그때만 해도 하루에 6샷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저녁잠을 잤던 것 같다. 물론 카페인 과다 복용 시 흔히 나타나는 심장이 두근대는 증상도 없었다. 그러다가 2년 전 몸 생각한다고 다이어트하면서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 술, 탄수화물 등 제한적인 식사를 하는 식이조절을 1년 가까이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디톡스가 된 건지.. 어느 날 지인이 준 편의점 컵 커피를 두 모금 마시고 그날 저녁 밤에 잠을 못 자 다음날 새벽 4시까지 밤을 꼴딱 새운 기억이 있다. 그때 알았다. 컵 커피의 카페인이 고카페인이라는 것과 내 몸이 카페인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사실을.
술과 커피. 나는 솔직히 둘 다 포기가 안 되는 사람이라..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시는 술이 좋은게 아니라, 원래도 즐기던 사람인데.. 맛있고 향이 좋은 술이나 그 술을 함께 마시는 사람들과의 모임자리가 좋은데 어떻게 안 마시고, 원두만 갈아도 고소하고 향긋한 커피 향이 절로 풍기는데 거기에 코를 갖다 대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렇게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조금씩 마시기 시작하고,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로 마셔야 할 때는 연하게 마시거나 조금만 먹는 것으로 내 스스로 합리화하며 카페인에 다시 흐름을 맡기기 시작한 지 몇 개월.. 하루 한잔 정도의 카페인 커피는 이제 저녁에 잠자는데 문제가 없는 몸으로 다시 돌아왔다! 기쁜 일인지는 모르지만..?
비 오는 날 가기 좋은 곳?
어제 유독 습기가 가득한 안개가 끼고 흐리더니 기어코 오늘 비가 쏟아지고 있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는다. 옷이 젖고, 신발이 젖어 축축해지는 게 싫어서 나는 비 오는 날이 싫다. 그렇지만, 실내공간에서 비 오는 소리를 듣거나 비 오는 모습을 보며 가만히 시간 보내는 것은 좋아한다.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주말에 느낄 수 없는 주중의 조용하고 한적한 카페의 분위기나 비오는 날의 풍경을 기대하며 현실에 갇힌 나 자신을 불쌍하게 여긴 날도 있었다. 책상 가득한 일에 게임 속 주인공이 에너지 채우려 먹는 포션처럼 어느 저렴한 브랜드의 커다란 종이컵 또는 일회용 컵에 담긴 카페인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내가 꿈꾸는 게 일탈 같아서. 그런데, 지금은 할 수 있다. 퇴사했으니까~ 적어도 내가 보고, 하고, 느낀 걸 적으로 다니는 게 지금은 내 할 일이니 가서 하면 된다. 야호!
그래서 열심히 검색했다. 비오는 날 가면 좋을만한 곳. 운전도 할 수 있으니 조금 멀리 있는 곳도 상관없어서 여기저기 찾아봤다. 막상 가보고 싶은 곳이 없다가.. 너무나 심플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위치를 확인하니 의외로 도심 한 중간에 위치해 있는 곳이다. 도심 한 중간에 위치한 곳인데 공간의 이름에도 다녀온 분들의 사진에도 초록초록 뭔가 비 오는 풍경이 이쁠 것 같다. 가보자 싶어 차를 끌고, 근처 위치에 주차를 하고 우산을 쓰고 비 오는 날을 온몸으로 느끼며 걸어갔다.
Limuso Nature, Limuso Coffee, Limuso
내가 찾아온 Limuso Nature는 천안에서 처음 시작된 공간 Limuso Coffee의 약간의 변형된 공간같았다. 천안 불당동에서 시작된 공간에서 청주공간까지 '화려함보다는 기본이 탄탄함을 이야기한다.'라는 카피에서 느껴지듯 최소화된 공간 인테리어와 심플함에서 오히려 커피 향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블랙과 화이트, 우드컬러로 이뤄진 공간에 따뜻한 컬러의 조명과 툭툭 무심하게 놓여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게 따뜻해보이게 하던 화분들까지 커피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는 공간이었다. 핸드드립,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한 Black 또는 White라인의 커피 메뉴와 Non Coffee 메뉴(Tea, Ade, Latte, etc.)들이 있다. Tea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A.C.Peachs를 이용하시는 듯해서 반가웠다.
메뉴를 둘러봤지만, 내정되어 있던 핸드드립 커피를 고르고서 원두를 여쭈었다. 내가 고를 수 있는 두가지 원두는 디카페인 원두와 Brundi 원두였는데 나는 당당하게 Brundi 원두를 골랐다. 카페인을 즐기는 사람이니까. 훗-
커피와 곁들일 메뉴로 몇가지의 파운드 케이크를 판매 중이셨는데, 오븐이 있던 것으로 보아 직접 매장에서 구우시는 것 같아서 파운드 조각도 하나 추가했다. 그러다 메뉴를 다시 보니... 눈에 들어오는 white 메뉴 중 <Limuso Coffee> 뭔가 시그니쳐 메뉴 냄새가 물신이라 여쭤보고 메뉴를 추가했다. 리무소 커피에는 크림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가 먼저 주문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 후 리무소 커피를 마시는 게 순서에 맞을 거라고 살짝 조언해 주셨는데, 다 마실 때쯤 따로 커피를 준비해 주신다는 감사한 배려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주문한 커피와 파운드 케익이 나왔는데, 모양새가 Tea를 마실 때처럼 커피 서버와 사기로 된 듯한 잔이 따로 나왔다. 내가 고른 Brundi 원두의 특성 때문이었다.
<Brundi Umutumba(브룬디 우무툼바)> 는 Long Miles에서 엄격한 프로토콜로 생산하고, 수출한 원두로 워시드 원두의 좋은 예라고 한다. 말린 과일의 달콤함과 균형 잡힌 홍차와 같은 향은 건포도와 살구를 연상하게 하는데 조금씩 잔에 따라 마시며 그 향을 느낄 수 있도록 따로 잔을 준비해 주신 것.
평소에 산미 있는 원두를 즐겨 마시는 편인데, 코로 맡아지는 향에 비해 입에 담긴 커피에서 느껴지는 맛과 향에서 조금 더 새콤한 맛이 느껴지던 브룬디. 사실 나는 커피 쪽은 비전문가여서 Long Miles Taste Note에 적힌 말린 살구나 건포도의 향을 느꼈다고 자신 있게 말은 못 하겠다. 하지만 내가 느낀 새콤한 듯한 맛과 향을 말하는 거라면.. 오우. 이 원두 좀 사갈까? 싶었던 맛.
집에 있는 드립툴로 내가 이 맛을 낼 수 있을까 싶어 이 글을 적는 순간에도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커피 맛과 향이 너무 좋았다. 곁들인 레몬파운드도 거칠지 않고 촉촉한 파운드 케익 속살에 달콤 새콤한 레몬 향까지 입에 가득.
비 내리는 소리, 향긋한 커피와 적당히 달콤한 디저트, 잔잔하게 깔리는 음악..
처음 방문한 곳이지만, 마음에 드는 장소라 영상 촬영도 해두고 이렇게 끄적끄적 블로그에 바로 적어도 보는 순간. 행복하다.
하루종일 비 소식이 있더니,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카페 공간의 따뜻했던 조명은 마치 해가 넘어가며 만들어내는 노을의 색처럼 변해가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살포시 두 번째 커피, 리무소 커피를 부탁드렸다.
White 라인의 커피 답게 우유베이스가 낮게 깔린 아이스커피. 잔에서 풍기는 느낌은 흡사 '아인슈페너' 느낌에 가깝다. 하지만 리무스 커피는 우유베이스에 커피크림이 올라간 부드러운 커피다. 처음 받았을 때 아래쪽 우유까지 한 번에 맛볼 수 있게 깊게 마셔보고, 함께 주신 스푼으로 섞어 마시는 것을 권해주셨다.
달달한 우유 크림에 쌉쌀한 에스프레소의 향을 즐기는 아인슈페너와 다르게 리무소 커피는 부드러운 우유와 향이 가득한 부드러운 커피크림이 목넘김 좋게 들어온다. 섞어서 마실 때도 커피우유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만, 이내 우유와 커피가 분리된다. 하지만 아쉬워하긴 이르다. 스푼으로 살살 달래듯 섞어주면 폭신하고 쉽게 꺼지지 않는 우유크림이 계속 남아 있어서 마시는 동안 크리미한 리무소 커피를 느낄 수 있다. 꺼지지 않는 거품이라니.. 오우.
하루 카페인 적정량인 한잔을 넘긴 내 몸에서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하며, 오늘 저녁잠은 늦게 자게 될 것이라 예고를 보내고 있는게 문제지만.. 그래도 내가 싫어하는 것 속에서 좋은 조각을 찾아 끼워 넣음으로 <오늘은 기분 좋음>이라 행복하다.
적어도 내 기억 속 Limuso Nature 는 비 오는 날 행복했던 장소로 떠오를 것 같다.
** Limuso Nature & Limuso Coffee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limuso_official/
https://www.instagram.com/limuso___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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