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3일차, 마지막 날. 온천욕은 오늘이 정말 마지막인 상황이라 ‘꼭 가서 몸을 담그고 와야지.’ 하고 어제 저녁 잠들었는데... 해발 1000m 산 중에 있는 온천욕장을 하기엔 아직 내공이 부족한건지 전 날 저녁 산바람 맞으며 한 노천온천욕 후 새벽 5시 반에 일어나려니 머리도 멍하니 감기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어머님과 아가씨만 온천욕을 하러 가고, 나는 조금 더 누워있다가 객실 내 욕실을 이용해야지 하고 말았는데... 온천욕을 갔던 두 분이 30분이 채 안되어 추위에 두 손 들고 돌아오셨다.

사실 10분 정도라도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구는게 좋은거지만, 한시간은 거뜬하게 걸릴 줄 알았는데 금방 돌아오신게 어제보다 추운 아침 기온도 한 몫 했으리라. 하하.
한국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인만큼 조금 부지런히 움직이자 하여 오늘 우리의 출발 시간은 오전 7시 40분이었다. 조식을 7시부터 시작한다해서 마지막 수화물로 보낼 짐을 차곡차곡 챙겨서두고, 식당으로 향했다.

큰 연회장같은 곳에 가이드의 이름따라 인원수대로 세팅되어 있던 아침식사. 미리 세팅된 음식들 사이로 있던 미리 화로에 직원이 불을 붙여주었다.
달궈진 미니화로 위에는 조식으로 준비 된 계란 두 알, 소시지를 구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구운 고등어 한 조각과 해초들로 구성된 소소한 반찬, 빠질 수 없는 낫또, 입가심용으로 제공 된 딸기잼이 곁들여진 요쿠르트에 가까운 요거트, 따뜻한 녹차까지 살뜰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조식까지 먹고 난 우리는 객실로 올라가 짐을 챙겨 1층 로비로 돌아왔고, 체크아웃 후 친절한 기사님이 반겨주시는 버스로 향했다.

예전 구마모토 지진 이후 호텔과 같은 숙박 시설 건물은 주기적으로 안전 진단검사를 거치는데, 우리가 숙박했던 고고노에 유유테이 호텔은 최근 진단에서 다시 재건축하라는 평가가 떠서 올해 5월까지만 운영하고 이후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본식 객실인 화실과 서양식인 침대가 공존하는 화양실 체험하면서 잠들 수 있던 곳이 5월까지만 운영된다고 하니 괜히 아쉬움이 들었다.
호텔 앞에서 호텔을 배경으로 가족 사진을 찍는 중에 하얀 눈이 하나 두개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출발할 때쯤되자 펑펑 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오늘 첫번째로 갈 관광지는 아소산의 멋진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아소대관봉>인데, 눈으로 인해 전망대 관람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길 들었다. 숙소에서 1400m정도 되는 고지로 올라갔다가 대관봉이 있는 900m 정도로 내려가긴 할테지만.. 불안하다는 가이드의 안내.

대관봉을 가는 중 설산으로 등산 온 분들을 마주했던 1400m고지를 알리는 이정표. 사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눈이 점점 많이 오고 있어서 전망대 관광 보다 좁은 산길에 버스 미끄러질까 걱정이 더 된건 안비밀. 그러나 걱정도 잠시... 유황가스가 뿜어질 정도여서 그런지 도로에는 눈이 쌓이거나 질척거리게 남지 않았는데, 도로 옆 숲의 나무들이 눈이 쌓여 눈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와... 걱정이 밀려날 정도로 예뻤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는 하얀 눈이 마치 CG처럼 슬로우모션으로 날려서 한참을 멍하게 창밖을 봤다.

눈구름 속인지 눈구름 바로 아래인건지 구분이 안 될 만큼 내리는 눈에 내 눈 조차 뜨기 힘들던 대관봉. 내 눈에 대관봉 절경은 안 보이더라도 여기가 대관봉이라며 알려주던 터다란 석상앞에서 다 함께 사진도 찍었다.
분명 관서지방 후쿠오카를 온건데, 느낌은 관동의 저~어기 북해도 느낌이라며 이야기 나누는데, 여기도 달큰한 요쿠르트가 있다고 해서 냉큼 가서 사왔다.

손은 시려서 뻘겋게 된 와중에 눈밭에서 마신 일본의 두번째 요쿠르를 잊기 싫어 인증샷까지 찍고서 차에 탔다. 북해도에서 먹었던 텁텁함 없는 맛있는 요쿠르트였다. 또 생각난다... 쩝.
아쉬운 대관봉을 뒤로 하고 차로 2시간을 달려 두번째 관광지 <다자이후 천만궁>으로 갔다.

어제 손에 꼽힐만큼 좋은 날씨 운를 받았다고 하더니 오늘은 온 갖 날씨 속 일본여행하는 기분이 어떤지 알려주려는 듯이 이번에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형버스 정류장에 주차하고, 천만궁을 향해 가는 유명한 거리를 걸었다. 천만궁 안으로 가는 길에는 하늘 천 모양을 한 세개의 ‘도리’가 있는데, 웅장했다. 신들의 세계로 가는 문을 뜻한다고 알고 있다.

이 세개의 문 사이로 일본식 건물의 여러 상점들이 있는데, 독특한 외관을 한 스타벅스가 있다. 이 지점은 일본 유명 건축가 “쿠마 겐코”가 콘크리트가 아닌 목재로 디자인한 곳이다.
독특한 외관 디자인으로 관광객들의 포토스팟이 되었다.

세개의 문을 지나자 꽃을 틔운 매화나무가 곳곳에 보였다. ‘학문의 신’ 스기와라 미치자네를 모셨다는 천만궁(텐만구)은 일본이 화장 장례문화를 갖기 전 토장문화 일 때 죽음을 맞이한 학문의 신의 장례를 치르던 중 장례를 돕는 소가 이 곳에서 발길을 멈추고 움직이지 않자 길한 곳인가보다 하며 신사를 짓고 모시게 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신사를 들어가기 전 발길을 멈춰 이 곳이 학문의 신을 모시게 한 영특한 소를 알리고 기리기 위한 동상이 있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소의 영험함을 칭찬하듯 소를 만지며 인증샷을 찍는다고 한다. 줄이 어마어마하다.

우리는 세개의 빨간 다리. 텐만구 태고교를 지나 신사참배를 위한 긴~ 줄의 인파를 살짝 벗어나 내부로 들어가봤다.

오래된 신사라고 했는데, 왜이리 신식건물이지 싶은게 가운데 떡하니 있던 내부 공간. 알고보니 오래된 신사는 보수 중이라 그 앞에 비슷하게 공간을 꾸려둔 것이라고 한다. 편백나무를 지붕에 켜켜이 쌓고 겉에 편백 껍질을 덮는 옛 건축양식을 따라간다는 의미로 저 공간 천장에 나무를 심은거라는데... 발상이 대단하다 싶기도..
온 마음으로 기원하는 내용은 비슷하겠지만, 기원하며 내는 비용에 따라 위치가 나눠진다고 한다. 저 지붕 아래서 기도하는 분들은 큰 비용으로, 지붕 아래까지는 아니지만 그 다음 아래에서 기도하는 분들은 작은 비용을 낸 사람들이란다. 빈부격차가 보이는 지점이라며 가이드 분이 콕 짚어주셨다. 돈보고 기도를 들어주시는건 아닐텐데 싶었지만, 그것도 이들의 문화일테니..

더 안으로 들어가자 뒤쪽에 천년된 나무가 있었다. 이 곳도 기도 핫스팟(?)이라고.. 다른건 모르지만, 이 나무가 지내온 시간만으로도 엄청난 기운이 있을 것 같았다.

매화나무와 시간이 만들어낸 정원들을 구경하며 천만궁을 빠져나왔다.
갑작스레 다시 내리는 비에, 조금 촉박해진 시간따라 헐레벌떡 나오며 찍느라 이쁜 매화 사진들이 포커스가 나갔다는 후문..... 흑흑..

그래도 멈출 수 없으니 부지런히 거리 아래로 내려가면서 이번엔 상점을 하나씩 구경했다.
사실 이 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꼭 먹는게 있는데, 바로 ‘우메강모찌’다. 예전에 학문의 신에게 만들어 주면서 시작되었다는 이 모찌 관련 이야기에는 학문의 신이 떡의 답례로 매화꽃관련된 시를 선물하면서 두개가 연결되는데..
모찌를 매화 꽃잎 갯수인 5개을 먹으면 합격기원의 의미가 있고, 1개만 먹으면 무병장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거리의 모찌 가게들은 모두 매화 꽃이 그려진 문양 또는 특징을 그지고 있다. 소식하는 일본의 모찌치고는 꽤 큰편이고, 겉을 살짝 누룽지처럼 눌러서 꼬소한 맛이난다.
비가 오는 통에 우산들고 있으랴, 먹으랴 정신없어서 사진도 없는게 아쉽지만.... 맛있었다.

텐만구를 나와 후쿠오카 시내에 있는 식사장소인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흐린 날씨에 비가 쏟아지면서 비에 젖은 상태라 따끈한 음식이 간절했던 점심시간.
정말 다행이 몸을 데울 수 있는 우동이 곁들여진 식사가 나왔다. 사실 특색 있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우동으로 몸이 데워져서 만족스러웠던 점심이었다.

식사 후 패키지여행의 아주아주 제일 큰 단점인 ‘연계된’ 면세점에서의 쇼핑을 위해 공항 밖 면세점에 들렀다. 여럿이 패키지 여행을 하면서 스케줄 조정하는게 쉬운게 아닐텐데, 계약사항에 따라 이런 면세에 꼭 들러야 한다는게 넘 속상했다. 그래서 속상한만큼 조큼 담았는데, 결제할 땐 왜 많이 나온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음.
그리고 마지막 관광지로 후쿠오카 관광포인트 중 덕후라면 절대 놓치지 않을 커~~어다란 건담이 있는 <후쿠오카 라라포트>에
들렀다.

커다랗게 잘 꾸려진 쇼핑몰 건물 앞에 트레이드 마크처럼 세워진 건담. 라라포트 안에는 마트, 패션 브랜드, 레고 그리고 (당연히) 건프라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나는 한국에서는 못 본 것 같은 매장 사이즈의 무인양품에 들러 파우치를 구매하고, 우리집 꼬맹이를 위한 닌자고 레고를 구매하고서는 간식류를 담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라라포트에는 면세적용이 되는 매장들이 있는데, 물건 구매 후 여권과 함께 1층 면세 카운터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이 때 Tax Refund을 위해 앱을 설치 하라고 하는데, 라라포트 내부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다운 받으면 된다.

면세 카운터 직원의 지시에 따라 영수증과 여권을 주고, 일본에서 출국하는 날짜를 알려주면 리펀이 가능한 항목이 추가된다. 해당 목록은 등록 후 약 20분 정도면 카드 또는 계좌로 환불 받을 수 있도록 진행과정이 변경된다.
나는 계좌로 환불 받았고, 신청 후 10분 이내로 입금되는 것까지 확인했다. 주의할 점은 해당 앱에 영수증 등록은 쇼핑몰을 떠나기 전에 사전에 해야 하므로 쇼핑 후 반드시 면세카운터에 들러야 한다.
모든 일정 소화 후 우리는 출국 수속을 위해 다시 후쿠오카공항으로 왔다. 구매한 물품들 중 술, 간장, 젤리 같은 액체류는 위탁수화물로 보내야 해서 캐리어를 열어 다시 정리해서 짐을 분산했하고서 보냈다.
분명히 일본 올 때 11키로였는데, 수속할 때 보니 20.9키로 나오더라....하하하.
아! 가이드 말로는 최근 아시아나 항공을 비롯해 몇몇 항공사의 경우 1인당 배정되는 수화물 무게를 칼같이 지킨다고 한다. 같은 일행이나 가족이라고 해서 수화물 무게를 합산해주지 않는다고 하니 항공사 규정을 꼭 확인해서 계획에 없던 추가요금은 내지 않도록 해보자. 우리는 tway항공사 였고, 무게 합산이
되어 추가 요금은 내지 않았다.

꽉 채운것같았던 2박 3일의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물론 청주공항에 도착하고, 입국수속을 하고, 부모님 집으로 가서 짐을 다시 나눠갖고, 집에서는 수화물을 정리해야하니 정말 끝은 아니지만, 진짜 마무리 하기 위해 여기서 글을 마무리 해 본다.
사실 이 여행 후기를 자정전에 남기고 싶어서 집 도착 후 짐 정리 하다말고 부랴부랴 써내려갔는데, 지금 시간은 1월 29일 월요일 오전 12시 30분이 되어버렸다. 흑흑. 그래도 밀리지 않고, 여행후기를 남길 수 있어서 좋았던 나 자신을 칭찬해본다.
정말정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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